물리학과 박홍규 교수, 

극한의 좁은 공간에서 변신하는 빛 포착


빛의 색을 바꿔주는 나노실린더 구조 적용한 광소자양자암호통신 응용 기대

빛을 제어할 수 있는 제3의 방법에 대한 실험적 관찰사이언스지 게재 




우주 탄생 당시부터 존재하던 빛. 빛을 제어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광통신, GPS, 의료용 내시경, 태양전지, 광센서, 광스위치 등 산업 전반에서 결실을 낳고 있는 가운데 빛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실험적 증거가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박홍규 교수(고려대학교 물리학과) 키브샤(Kvshar) 교수(호주국립대) 연구팀이 나노실린더 구조에 빛을 가둬 빛의 색깔을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광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빛을 제어하는 방법으로는 광섬유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전반사 광결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파장 빛의 반사, 두 가지가 전부였다.

21세기 들어서야 아주 작은 나노구조에 빛을 집속시켜 빛을 제어하고 빛의 파장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이 이론적으로 제안 되었지만 이를 입증하는 실험적 결과는 없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백 배 가느다란 나노실린더에 적외선 영역의 빛을 가두자 적외선이 아닌,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출력되는 현상을 직접 관측했다.

붉은 빛이 극한의 좁은 공간에 갇히면 청색의 빛으로 빠져나오는 빛의 비선형성을 강화시킨 결과이다. 입사한 빛을 다양한 다른 색깔(파장)의 빛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실제 확인한 것이다.

 

나노실린더 구조와 크기를 최적화하고 입사되는 빛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파장변환이 극명하게 나타나도록 함으로써 실험적인 관찰이 가능했다.

○ 약한 빛이 입사하더라도 나노실린더를 이루는 화합물 반도체 (AlGaAs)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빛의 파장변환 효율이 크게 높아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광소자를 이용한 결과 기존 나노구조체 대비 빛의 파장변환 효율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 작은 공간에 빛을 가둔다는 측면에서 광소자와 레이저의 동작 원리가 같은 만큼 연구팀은 향후 나노실린더 구조를 활용한 나노레이저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성과는 향후 빛 알갱이 하나의 색깔까지 바꿔서 양자 암호 통신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그 중요성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기초연구지원사업 (리더연구)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17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 논문명, 저자정보 >


논문명

Subwavelength dielectric resonators for nonlinear nanophotonics

교신저자

박홍규 교수(신저자/고려대), 키브샤(Kivshar) 교수(교신저자/호주국립)

 

< 연구의 주요내용 >

1. 연구의 필요성

빛과 비선형 물질이 만나면 일반적으로 관측되지 않는 신기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특히 비선형 물질에 입사한 빛은 다양한 색깔의 빛으로 변환될 수 있는데, 이러한 빛의 비선형 특성을 이용한 비선형 광소자는 광통신, 광센서, 광스위치 등에 응용될 수 있다.

* 비선형 광소자 : 빛의 입력과 출력이 선형 관계를 갖지 않는 광소자. 예를 들어, 입력 빛과 다른 색깔의 빛이 출력으로 나온다.

하지만 보통은 물질 고유의 비선형성이 작기 때문에 비선형 특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매우 강한 세기의 빛이 필요할 뿐 아니라 위상정합(phase matching)이라 불리는 특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조건에서 조차 비선형 광소자의 동작효율은 매우 낮아 폭넓게 응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나노구조체를 이용하면 위상정합이 자동적으로 만족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나노구조체를 이용하더라도 매우 강한 빛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선형 효과를 관측할 수 없어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비선형 광소자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비선형 신호의 변환 효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

2.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고효율의 비선형 광소자를 구현하기 위해 빛을 작은 영역 안에 강하게 집속시킬 수 있는 BIC(bound state in the continuum) 현상을 이용했다. BIC 현상은 원래 양자물리학에서 수학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해 발견된 현상으로, 최근에는 광학 분야에서 빛의 손실을 줄이는 데 많이 응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비선형 물질(AlGaAs)로 이뤄진 지름 약 930nm, 높이 635nm의 나노실린더 구조를 이용해 BIC 현상을 최적화하였다. 세기가 약한 빛이 입사되었더라도 BIC 현상으로 인해 나노실린더 구조의 비선형 물질과 강하게 상호작용한다. 또한 나노구조에서는 위상정합이 자동으로 만족 되므로 훨씬 간단하게 비선형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BIC 현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노실린더 구조를 ITO 물질이 코팅된 유리 기판 위에 올려놓았다. 이 기판은 입사된 빛에 대해서만 거울로 동작하여 빛과 나노실린더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또한 입사되는 빛을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측정함으로써, BIC 현상을 통해서만 비선형 효과가 발생하도록 실험을 설계하였다.

그 결과, 나노실린더 구조에서 매우 강한 비선형 효과를 확인하였다. 특히 나노실린더 구조를 통과하는 1570nm의 빛을 그 절반인 785nm 파장의 빛으로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빛의 모양 및 편광 측정과 같은 체계적인 광학 실험과 새롭게 개발된 이론적인 분석을 통해, 이러한 실험 결과가 BIC 현상에 의한 비선형 효과임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유전체로 이루어진 단일 나노실린더 구조에서 빛을 매우 작은 영역에 집속시키는 BIC 현상을 최초로 그리고 실험적으로 관측했다는 점에 있어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이 현상을 이용한 비선형 나노광소자 역시 최초로 구현하였는데, 비선형 변환 효율을 기존의 나노구조체보다 100배 이상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비선형 나노광소자를 이용하면 빛과 비선형 물질 사이의 강한 상호작용 때문에 매우 높은 효율로 원하는 색깔의 빛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소자 뿐 아니라, 미래의 양자광학 및 센서에도 응용성이 매우 크다. 특히 광학 이득물질과 BIC 현상을 결합하면 매우 작은 새로운 나노레이저의 개발 또한 가능할 것이다.


그림 설명

 


  


(그림 1) 2차 조화파의 발생 기전

방위각으로 편광된 1,570nm 파장의 빛(w로 표시, 붉은색)이 가운데 지름 1 마이크로 미터 가량의 나노실린더(금색으로 표시된 원통 부분) 구조에 입사되어 785nm 파장의 2차 조화파(2w로 표시, 파란색)로 변화되는 과정

출처 : 고려대학교 박홍규 교수

 


  


(그림2) 2차 조화파의 측정 결과

입사된 파장과 나노실린더 구조의 지름에 따라 측정된 2차 조화파의 세기를 나타내는 그래프


출처 : 고려대학교 박홍규 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자 : 고려대학교 박홍규 교수>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비선형 광학은 1960년대 레이저가 발명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비선형 신호의 발생 효율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 연구의 공동연구자인 Kivshar 교수는 광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서, BIC 현상(bound states in the continuum)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 BIC의 특수한 조건에서는 빛이 연속적인 상태에서도 갇혀 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Kivshar 교수와 BIC 현상을 이용하면 비선형 효율을 크게 증폭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함께 토의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비선형 물질인 화합물 반도체(AlGaAs) 나노실린더 구조를 제작하고, BIC 현상이 잘 발생될 수 있도록 구조 파라미터를 최적화 하였다. 이와 함께 나노실린더 구조가 놓여 있는 기판으로 ITO가 코팅된 유리 기판을 사용하고, 입사되는 빛을 도넛 모양으로 만듦으로써 BIC 현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1,570 nm 파장의 빛이 785 nm 파장의 빛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환되는지를 측정하고 이를 계산을 통해 비교 분석함으로써 실험 결과를 평가할 수 있었다.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많은 수의 나노실린더 구조를 ITO 기판 위에서 제작하는 것이 힘들었다. BIC 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확한 크기의 나노실린더 구조를 사용해야 하므로, 실험 오차를 고려하여 많은 샘플을 우선 만든 후에 실험을 해야만 했다. 연구팀은 크기가 조금씩 다른 300개의 나노실린더를 한꺼번에 만들고 이를 동시에 뜯어서 ITO 기판 위로 옮기는 방식으로 샘플을 제작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나노구조를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래핀 단일층을 스카치 테이프로 뜯어가며 제작한 경험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샘플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BIC 현상을 이용하였다는 점이 기존의 비선형 광소자와 매우 다르다. BIC 현상을 이용해 빛을 매우 작은 공간 안에 강하게 집속시키고 이를 통해 빛과 비선형 물질 사이에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존의 나노구조체를 이용한 비선형 광소자보다 100배 이상 비선형 변환 효율이 증가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BIC 현상을 응용한 단일 광자원을 개발하고자 한다. 광자 하나만을 발생시키는 단일 광자원은 광섬유와 결합되었을 때 그 효용성이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는 단일 광자원의 파장과 광섬유를 잘 통과하는 파장이 달라서 문제가 되고 있다. 원하는 파장의 빛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하면 단일 광자원의 파장을 광섬유의 통신 파장으로 효과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고, 양자암호 통신의 실용화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BIC 현상을 이용한 레이저를 구현하고자 한다. 비선형 광소자와 레이저는 작은 공간 안에 빛을 가둔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원리로 동작한다. 비선형 물질 대신 빛을 발생시키는 이득 물질로 구성된 나노실린더 구조를 제작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유전체 나노레이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저명한 저널인 만큼 사이언스 투고 후 논문 심사 과정이 매우 까다로웠다. 특히 심사위원이 나중에는 5명까지 늘어났는데, 추가 실험 및 논문 수정 작업을 많이 진행해야만 했다. 연구팀의 풍부한 연구 경험을 통해 힘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자료 출처: 한국연구재단 보도자료